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5분생각

23.06.21 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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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3.06.21 비 

오늘은 비가 와서 , 저녁 시간이 촉촉해지는듯 하다 . 

난 생각보다 비내리는 날을 좋아하는데 , 예전 시골집에서 살때 , 
비가와서 처마에서 떨어지는 빗소리를 참 좋아했던것 같다 .

내방에 누워 , 창문너머 들리는 빗소리를 들으며 , 노래를 듣는게 지금생각하면 정말 힐링이었던것 같다. 
좋아하는 노래는 거미 비처럼 음악처럼(김현식 원곡 ),  폴킴의 비 , 잔나비 노벰버 레인 , 리한나 엄브렐라 , 윤하 우산 정도인듯 하다. 

여름에 농사를 지을때, 아버지는 비가 내리면 항상 오토바이에 삽을 하나 묶고 논물을 보러 다니셨다 . 
논둑을 보고 물관리 하려고 비가 오면 우비를 쓰고 갔었던것 같다. 

어머니는 비가 오면 분주했다 .
널어둔 빨래를 걷고 깨라던가 콩이라던가 말리는 것을 걷고 
혹여 비들어가면 안되는것에는 비닐을 덮고 , 뭐 ... 뭐 엄청 분주했다. 

난 비가 오면 어머니께 김치전을 해달라고 졸랐다 . 
시골집이라서 뒤쪽 텃밭 단지에 김치독을 묻어놓고 꺼내먹었는데 , 귀찮아 하는 어머니를 졸라서 김치전을 해먹곤 했다.  

비가와서 어머닌 밥하기 싫을때 라면을 끓이곤 했는데 , 라면물이 홍수같아서 한번은 내가 라면을 끓이겠다고 자청했다 . 
그리곤 서울식 (?) 으로 내가 끓이니 , 아버지가 국물이 너무 부족하다고 하셨다 . 
아버지 어머니 연배에는 국물이 많은게 좋으셨던것 같다. 

농사일을 하면서도 비를 많이 맞았는데 , 담배따는데 밭에서 일을 하다가도 , 비가 올때가 많았다 . 
비가 온다고 바로 집으로 리턴하는게 아니라, 1톤 트럭을 다 싣을때까지 계속 일을 하게 되는데 
비가 정말 많이 와서 작업이 불가할 정도면, 집으로 리턴하곤 한다 . 
벌크(건조기)로 돌리려면 1개가 가득 차야 하는데 , 그 양이 안되면, 오후에 비그치면 다시 일하러 가곤 한다 . 
제일 좋을때는,  벌크 1개 다 채우는 양정도 할쯔음에 매우 더울때 비가 내리면 정말 갈증이 풀리는 느낌이 들면서 
씻은듯이 시원해진다 .
제일 좀 뭐할때는, 벌크 반도 못채웠는데 비가 와서 몸안에 습기는 차고 찝찝하고 , 오후에 다시 일하러 가야 되고,,, 뭐 그럴때다. 
다만 기후나 날씨는 사람이 감당할 수가 없는거라서 뭐 ... 
그래도 부모님하고 같이 담배딸때가 엊그제 같고 그렇다 . 몸은 고통스럽긴하지만 행복한 나날이었달까 . 

난 중학교때 참 비를 많이 맞았던것 같다. 
중2병에 제대로 걸려서 그런지, 자전거 타며 통학하는 와중에도 비가 오면 비를 맞고 자전거를 타고 
비가 오면 오는대로 그냥 걸어다니고 그랬던것같다. 
친구들은 부모님이 마중나와서 우산을 주거나, 차로 픽업해가거나 그랬는데 , 난 나올사람도 없고 , 
그렇다고 아침에 우산을 챙겨서 나오지도 않고 뭐 .. 그러니 그냥 저냥 비맞으면서 다녔다. 

그당시 학원에 영어 선생님은, 한국인들은 비가 오면 뛰어다니기 일쑤라고 ... 
그러던 와중에 교차로에서 비오는날 천천히 걸으며 , 빨리 뛰는 사람에게 ' 당신은 아직 인생을 몰라' 라고 했다던데 , 
그래서 그런지, 나도 뭔가 있어 보이고 싶은 마음에 , 일부러 천천히 비를 맞으며 분위기 있는척 걷곤 했다 . 
지금 생각해보면, 그냥 미친놈으로 보였을것 같다 ^^;;...

대학다닐땐 , 뭐 '저 여기서 내려요' 처럼 , 비오는날 나는 우산이 있고 그녀는 우산이 없을때 우산을 씌워주며 자연스런 로맨스가 생기지 않을까 ? 라는 생각도 해봤었는데 
그건 혼자만의 뇌피셜이었고 , 서울은 비오는날에도 냉정하고 차가웠다 . 
내가 우는건지 비가 내리는건지 ...

프랑스 파리에 갔을때 , 비가 내리는걸 보고 참 많은 생각이 들었다 . 
서울에서 우산없이 비가 내리는 날에는, 너나할것 없이 다들 뛰어서 빌딩 안으로 피하거나 , 빨리 걸음을 재촉하곤 한다 . 
그런데 프랑스 사람들은 비가 오나 안오나 그냥 평범한 걸음걸이로(?) 간다 . 
그 천성적인 여유와 natural 함이 너무 신기했고 , 그래서 이게 뭔가 나라 차이인가 ? 사람차이인가 ? 하는 생각이 많이 들었다 . 
집에가서 빨래는 어떻게 할까 하는 생각과 함께 ...

이제는 바쁘다 바빠 현대사회 패스트 패스트 현대 사회를 사는 금융권 30대 중반 과장의 하나로서, 
매일 시간이 빠듯하고 , 일정이 촉박하여 회의와 외근과 내근과 보고와 유관부서 협업을 동시에 하다보니 , 눈코 뜰새 없이 사는 편이다. 
의식적으로 휴식을 취해야 한다고 생각 하지만, 낮에는 낮대로, 밤에는 밤대로 바빠서 뭐 ... 지하철통근시간에만 그나마 뇌가 쉬는 편인거 같다. 
 (그나마도 유투브 쇼츠가 그 시간을 지배한다 .) 

다만, 외근 갔다가 정말 의도치 않게 비를 만나는 순간 , 그때가 어쩌면 나에게는 정말 꿀같은 휴식이다. 
가지도 오지도 못하는 상황, 택시를 잡아도 오지 않는 상황 . 
망중한이 별게 있을까 . 
오후 3시까지 회신 달라고 한 다른 부서에, 양해를 구하고 , 쏟아지는 장대비를 피해서 연희동 어느 터널 안에서 가지도 오지도 못하는 신세의 내가 
생각보다 아.... 잠깐이라도 머리 식힐 수 있어서 좋다 ... 라고 생각 하던 때가 있었다 . 

아까 내리던 비도, 새벽이 되니 거의 그쳐가는듯 하다. 
자기전에 빗소리를 들으며 흥얼 거리며 잔다. 
준비 없이 비를 만난 것 처럼~ 아무말못한채 너를 보낸뒤에~~~ (박효신/ 좋은 사람)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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