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5분생각

23.06.08 통닭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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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3.06.08 통닭

서울 친구들은 치킨이라고 하는데, 난 시골 사람이라서 그런지 통닭이라는게 편한듯 하다. 
어릴때 통닭은 잔칫날(?)에만 먹을 수 있는 진귀한 음식이었고 ... 학교 운동회 할때 부모님이 오셔야 접할 수 있는 레어템이었다. 
운동회할때 , 부모님은 항상 일이 바쁘셔서 아침에 잠깐 오셔서 점심만 먹고, 돈얼마 쥐어주고 가셨는데, 
어릴땐 참 그게 불만이 많았다. 다른애들은 부모님이 끝까지 남아서 계주도 같이 하고 하는데, 우리집은 뭐 대단한거 한다고 왜그리 날 두고 가셨는지 ...
어린 마음에 툴툴 댔었는데, 나중에 내 친구 이야기를 들어보니, 나는 배부른 소리를 했었던것 같다. 

내 친구집은 유명 프랜차이즈 통닭집을 하고 있었는데, 운동회하면 , 오나전 성수기 대목이라서
 부모님이 운동회 참석이 아니라 , 닭장만 하고 배달하는게 1순위라서 , 가게 운영부터 했어야 했다. 
그래서 내 친구는, 나이또래가 비슷한 애가 있는 아파트 이웃 할머니 (?) 에게 맡겨져서 그집 식구들하고 밥 같이 먹고 했다고 한다. 
그래서 초등학교 졸업할때까지 부모님이 한번도 못오셨다고... 
그친구 이야기를 듣고 , 부모님께 참 감사했던 적이 있다. 그렇게 바쁘신데도, 애기들 잠깐 큰다고 어머니는 아버지에게 운동회에 가야한다고 얼마나 졸랐을까 ... 이런생각을 하면서. 

고등학교때는 수학여행을 제주도로 갔었는데, 펜션 ? 빌라 ? 콘도 ? 같은데서 , 앞에서 전단 나눠주는걸 받아서 통닭을 시켜먹곤 했다. 
한번에 대량 주문이 들어가서 그런건지 , 덜익은 닭이 와서 생닭을 씹어먹었던 기억이 난다. 
그리고 옆방에 있는 애들은 어떻게 가지고 왔을지 모를 , 보온통안에 소주(?) 도 홀짝 홀짝 했던것 같다. 

대학에 와서는 거의 주식처럼 먹었다. 
당시 유행한 호식이 두마리는 쿠폰10개를 모아서 시켜먹은것도 몇번째이고 , 지코바 , 이서방치킨(*어릴땐 李를 읽을줄 몰라서, 총서방이라고 했던거같다.) 
멕시카나 등등을 먹곤 했다. 

교촌은 메이저이긴 하나, 나에게는 양은 적고 값은 비싼(?) 있는 집 자식들을 위한 치킨(?) 이라서 손이 잘 안갔던거같다. 
이후에 회식하고 나서 2차는 거의 호프집이나 포차로 가는데, 가서는 항상 가라아게나 양념반 후라이드반 등 치킨을 많이 시키는것 같다. 

나이가 든 지금은 , 닭먹는 횟수를 많이 줄이지만서도, 한달에 1~2번 정도는 치킨을 먹는듯 하다. 
요즘 보면 닭집이 닭집이 아니라, 치즈볼 파는 집으로 변형된거같은데, 통닭도 종류가 워낙 많아 
양념반 후라이드반은 옛날 이야기가 된거같다. 무슨 볼케이노 , 허니콤보 , 갈비천왕 , 뿌링클 , 고추 바사삭.... 뭐 이름도 모르겠고 브랜드는 더 모르겠고 
뭔가 마포래미안 푸르지오 , 고덕그라시움, 미사강변루나리움 이런거 처럼, 뭔가 어려운 영어이름으로 점점 변해가는거같다. 

아, 대학다닐때 월드컵을 할때면, 빈강의실 단속이 그렇게 심하지 않았을때, 학교 강의실에서 혼자 빔프로젝트 켜두고 , 닭먹으면서 월드컵을 보곤 했다 .
주로 호치킨에서 시켜서 먹었는데 , 혼자 보는 월드컵이 재미가 있기도 하고 없기도 한데, 그래도 혼자서의 시간을 보낼 수 있어 나름 괜찮았다. 
호프집에서 전- 후반 끝날때까지 있으면, 통닭을 2~3마리를 먹으며 맥주도 3~4잔 이상을 먹게 되는데 , 그렇게 하기엔 돈이 너무 많이 들어서 , 갈수가 없다는 단점이 -_-... 
그렇다고 통닭 하나 시켜두고, 전후반 끝날때까지 ( 광고 포함 2시간 이상을 뻐겨야 한다)있기에는 좀 그랬다. 

그래서 혼자서 한마리 먹으며 여유있게 보는게 좋아서, 중요한 메인 이벤트가 있으면 빔으로 보곤했다. 
지금은 강의실 단속을 철저히해서 그런 낭만(?) 도 없어지긴한듯 하지만서도...

이제는 아재가 되서 그런지, 주변의 형님들이 통풍약을 먹는다는 이야기를 자주 듣는다. 
아마 어릴때 쌓인 통닭과 맥주등의 요산이 이제 되돌아와 , 이슈를 만드는듯 한데 , 남일같지 않아서, 나도 자제하는 중이다 ^^;;... 
그들을 비난하기에, 직장인의 삶과 패턴을 누구보다 잘 알다보니 , 뭔가 피해갈수 없는 (?) 일 같아서 , 마음이 설레설레 하다. 

요즘엔 생일이 되면 기프트콘으로 커피, 빠바 케이크, 스벅 케익 등을 받는데, 치킨 쿠폰도 많이 들어오는 편이다 . 
평소에 접하기 힘든 고급 치킨(?) 의 경우 , 생일 찬스를이용해서 먹고는 한다 . 

서울에서 일하며 이것저것 다 먹고 다니지만, 그래도 시골집에서 
통닭 2마리 시켜야 마티즈로 배달 오는 , 그 시골집에서, 

부모님하고 같이 먹으며 , 아버지는 으레 당연히 닭다리를 드시고, 아들이 한사코 한개 남은 닭다리나 날개를 먹으라고 해도, 제일 작은 부위나 목뼈부터 드시는 어머니.
그리고 두분을 보며, 그 옆에서 무꾸 국물부터 먹는 내모습이 가끔 생각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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