25.12.31녹두장군(송기숙)10
■그놈 재산이 1000석이 넘는다 . 그런 놈일수록 한번 무너지면 크게 무너지는 법이다 .
일이 되기에 따라서는 더 덜어낼 수도 있다 .
그러나 우선 그작자들이 하도 험한 놈이니, 그렇게라도 버릇을 고쳐주어야 하고 ,
또 그런 놈들은 돈을 그렇게 밖에 울궈낼 방법이 없으니 하는 수 없다 .
■조병갑
- 미끼까지 떨궜어도 , 꿩도 매도 다 놓치고 10명 가까이 되는 포교와 나졸들이
팔을 싸매고 대가리를 처맨 꼴로 파지가 되어 돌아 왔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.
■ 이방
- 화적떼를 당장치는 일은 한번 고쳐 생각할 일이 아닌가 하옵니다 .
따로 사람을 풀어 이놈들의 동태를 제대로 정탐한 후에 치는 것이 순서일듯 하옵니다 .
수는 모두가 몇명이며 병장기는 어떻고 산채가 있는가 , 있다면 어디에 있는가
이런 것을 두루 정탐한 다음 물샐틈 없는 계책을 세워 불시에 들이 치면
일망 타진할 수 있을듯 합니다.
■ 은수교는 이번일에 크게 실수를 하였으나 이런 일에는 그를 내놓고 달리 세울 사람도 없으니
한번 기회를 주어 화적떼를 토벌한 다음에, 공과를 따져도 늦지 않을듯 합니다 .
■ 이방은 조리있게 말했다 . 타고난 능청에 십수명의 수령을 주물러온 솜씨라
객기와 뚝심 밖에 없은 조병갑 쯤 손안에 물건 주무르기 였다 .
- 꿩잡는 것은 매이오니 날짜 걸리는 것 쯤 크게 괘념치 않으셔도 좋을듯 합니다 .
제대로 정탐할때까지 지그시 계시다가 본때 있게 쳐서 줄줄이 엮어 오는 날에는
그때 백성들이 감복할 것입니다 .
■조병갑
- 좋소. 그럼 수교 당신에게 기회를 한번 주겠소 .
이 일은 계책을 세우는 일에서 놈들을 치는 일까지 모두 당신이 책임지고 하시오 .
내일 아침까지 화적을 칠 계책을 소상히 세워 오시오 .
계책이 빗나가거나 달리 실패하는 날에는 이번일까지 한꺼번에 책임을 묻겠소.
■지난번 선운사에서 비결을 꺼낸 뒤로 그 고을에서는
동학도들이 부쩍 늘어 지금 무장 사람들은 열에 아홉은 동학도가 되었다 하옵니다.
우리 고을에서도 지금 뿌리를 뽑아야 할 줄 아옵니다 .
- 이방잉이렇게 나오는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었다 .
조병갑의 관심을 그쪽으로 돌려 은수교의 할일을 새로 만들어내야
갈재 산적 치는 일을 후무릴 수 있기 때문이다 .
■형방
- 제가 알기로는 전봉준은 요사이 동학에서 손을 뗀듯 하옵니다 .
그는 요사이 남의 묏자리나 잡아주고 그것으로 근근히 집에 쌀되나 보태주는 것 같사옵니다 .
■ 조병갑
- 형방은 어찌하여 그자의 동태를 그리 소상히 아시오 ?
■ 형방
- 얼마전 장인 초상때 그자가 장인 묏자리를 잡았기로
잠시 같이 자리를 한 적이 있사옵기에 , 일부러 근환을 알아보고
넌지시 의중을 떠본적이 있사옵니다 . (*형방의 장인 = 동학도 )
■조병갑은 전봉준에 대해서 더 따지지 않았따 .
아전들이 면전에서 이렇게 나올때는 겉으로는 뭐가 어떻다고 뻔드레 하게 둘러대지만
다 그만한 뒤가 있다는 것쯤 뻔히 알고 있는 터였다 .
■ 은수교
- 전봉준은 예삿놈이 아닙니다 . 동학에서는 손화중이 같은 거두들 하고 맞먹는다고 합니다 .
먼저 입도한 이들은 제치고 이 고을 접주가 된 것 부터 그렇잖습니까 ?
더구나 건뜻하면 백성을 모아 군아로 끌고와 시끄럽게 하는 놈입니다 .
그아비 전창혁도 똑같은 자들인데, 고부 전 고을에서 전봉준이라면
모르는이가 없을 정도 입니다.
→ 은수교는 지금 당장 몰리는 판이라 한 층 더 절실했다 .
갈재 사건이 잘못풀리는 날에는, 제 모가지가 날아갈 판이었다 .
■은수교
- 그는 우선 갈재 화적을 칠 생각이 전혀 없엇다 .
예예 했지만, 그건 면전의 대답일뿐 속셈은 따로 있었다 .
화적을 칠 계책을 그럴싸하게 바친 다음, 요란을 떨면서
화적들이 종적을 감춰버리고 한놈도 없다고 그럴싸하게 거짓말을 꾸며
우선 시일을 끌 참이었다 . 그러면서 동학도를 잡아 들이라는 영만 떨어지면 그놈들만
잡아다가 매양 쥐잡듯이 조져대면서 군수가 다른 고을로 갈려가기를 기다리자는 것이다 .
어떤 핑계를 비벼내서든 화적을 치러가지는 않겠다고 작정 했다 .
화적떼가 어떤 놈들인가 ? 한가락씩 난다긴다 하는 재주를 지녔을 것이고
이세상에서 몰리고 쏠려 볕바르게 살지못해 화적이 된 놈들이다.
벙거지를 보았다 하면 철천지 원수 보듯이 눈에서 살기부터 오를 놈들이 아니겠는가 ?
싸움에 이골이 난 화적이 독기가 올라오면 ...
설사 그놈들을 모조리 잡아온다 하더라도 이쪽에 이익이 무엇이겠는가 ?
사정이 이꼴로 칼물로 뜀뛰기인데, 골이 비었다고 그따위 미련한 짓을 하겠는가 ?
■조병갑은 눈을 가늘게뜨고 은덕초를 이윽이 건너다 보고 있었다 .
여기 아전들이 보통내기들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
이자들 말이라면 뻔한 것도 일단 한번 의심을 해보고 넘어가는 버릇이 있었다 .
이런 놈들한테 잘못 감겨 놓으면 큰코 다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.
조병갑은 부임 이후 유독 여기 아전들이 보통내기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
그들 보기를 도둑놈 보듯 했으며, 항상 돌다리를 두드려보고 건너가는 조심성을 보이고 있었다 .
■ 동학도 문제는 더 두고 보기로 하고, 우선 그 화적들 칠 계책이나 잘 생각하시오 .
■ 그리고 이방은 이달 안으로 미납 세미가 한톨도 남지 않도록 모두 받아내시오. 알겠소 ?
■ 조병갑은 동학도도 동학도지만, 이 은가들이 이렇게 분란을 일으키고
실수를 한 계제에 이 작자들 콧대를 한번 야무지게 꺾어놓을 참이었다 .
-... 지금 자기는 더 크게 울궈먹을 계획을 하나 세우고 있는 참이었다 .
'5분 독서' 카테고리의 다른 글
| 26.01.05 녹두장군(송기숙)12 (1) | 2026.01.05 |
|---|---|
| 26.01.05 녹두장군(송기숙)11 (0) | 2026.01.05 |
| 25.12.21 교보문고 _ 보라쇼 _ 단희쌤 _ 은퇴 수업 ( 이의상님) (0) | 2025.12.29 |
| 25.12.27 배우박중훈 _ 후회하지마 (1) | 2025.12.27 |
| 25.12.26녹두장군(송기숙)8 (2) | 2025.12.26 |