25.12.26녹두장군(송기숙)8
■어디까지나 조정의 문책에 대한 대비였을뿐 ,
그동안 아무런 회유나 대책을 강구하지 못한 것에 대해
문책을 면하기 위해서 그런 소리나마 해두어야 했다 .
그런데 전혀 자기들 나름의 의견이 없다보니 무슨 소리를 길게 쓸 수가 없었다.
동학도의 비위를 잘못건드렸다가는 타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 같고 ,
비위에 맞는 소리를 했다가는 조정의 질채이 무서워 안팎으로 시달릴것 같으니
그런 토막말만 할 수 밖에 없었다.
■지금 이세상은 사람을 짐승으로 보고 있네. 백성들 하대 받는 것을 보게 .
돼지를 먹여서 기르고 소도 먹여서 부리는데,
이자들은 백성들이 목숨 이어갈 것도 안남기고 빼앗아가네.
■ 나는 어디까지나 이땅의 밑바닥 백성들의 고통을 더는데 조금이라도 힘이 되자는 것이지 ,
나를 위해서 무슨 일을 하자는 것이 아니네 .
자네들은, 밑바닥 백성들의 고통을 더는데 나하고 같이 가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네.
같은 길을 동행하는 심정으로 일을 해나가세.
■만득이의 탈출
- 서울로 보낸 만득이가 나타나자 호방은 깜짝 놀랐다 .
가다가 화적떼를 마난 호방 나리께서 주신 서찰을 뺏개부렀구만이라.
호방이 자기 마누라( 유월례)가 욕심이 나서 자기를 그렇게 멀리
보내버리려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.
■어쩌다가 이러코롬 험한 꼬라지가 되았는지 어디 그 사정이나 한번 들어보자
■ 들떼놓고 욕설을 퍼붓는 것이 호방하고 깊이 배가 맞은 것이 아니고 ,
돈 몇푼에 이런일을 맡은 것 같았다.
■ 살려 주려고 할라면 그런 사정 이야기부터 지대로 해서 쓸것 아니냐 .
전후 사정을 내가 지대로 알아야 너를 살려주던지 죽을 쑤던지 먼 궁리를 하잖겄어 ?
내말 알아 묵겄냐 ?
... 그런 어마어마한 일이라면, 느그 내외만 냉기고 만것이 아니라
돈도 쫀쫀하게 건내갔을성 부르다 . 그 호방놈이 으짠놈이라고 그런일에
느그 내외 갖고 흥정이 긑나겄냐 ? 으쩌냐 ?
■이갑출의 어머니는 이주호의 아버지가, 남의 마누라를 논5마지기를 주고
우격다짐으로 빼앗다 시피 하여 첩으로 삼았던 여자였다.
그에게는 따로 논 15마지기를 주어 말목에서 살게 했었는데
이주호 아버지가 죽자 , 김제댁이 앞장서서 논을 도로 빼앗아버리고
나중에는 이갑출이 사건으로 모자를 아예 여기서 내쫓고 말았었다 .
그는 지금까지 그 원한을 못잊어 이를 갈고 있던 참이었다 .
■서울에서 철원까지 가는 사이, 만득이는 이갑출이가 가르쳐준 대로
아무근심도 없는 것 같이 천연스러웠다. 나졸들은 안심한듯 별로 경계를 하는 것 같지 않았다 .
나졸들이 곤히 잠이 든 틈을 타서 한밤중에 슬그머니 자리를 빠져나왔다.
■ 지가 내빼면 몇발이나 가다 잡히겠소 ?
얼릉 당신이나 내빼시오 . 잡히면 죽소. 얼릉 내빼란 말이오.
■그동안 가슴속에 응어리진 원한이 그렇게 한마디 비명으로 뭉쳐서 터져나오는 것 같았다 .
저 나이토록 종으로 살아오며 멸시와 천대 속에 , 나무에 옹이처럼 천겹 만겹으로 맺히고 맺힌
원한이 터지고 있는 것 같았다.
■ 지금 당장은 어려울 것 같소. 당신이 다시 당신 마누라를 데리러 온다고 해놨으니
호방놈은 눈에다 불을 켜고 지키잖겠소 ?
그러니 조금 더 기다렸다가 계책을 세워도 세웁시다 .
월공 스님을 만나 차근하게 의논을 합시다
■ 큰일 났구먼유
이참에 같이 갔던 곰제 영감을 군아에서 포졸들이 나와가지고 갑아가부렀구먼유 .
- 가만있자 .. 그러면 이것이 방학주 그작자 수작인가 ?
- 이놈들 나오는 것이 심상찮소 . 잠시 피해 있음시로 저자들 나오는 것을 지켜 봅시다
■갈재의 산채 山砦 (*울타리 채)
- 이야기 좀 합시다. 신발차는 톡톡히 드릴테니 심부름 하나 해주시오 .
500냥 드리리다.
- 돈이 엄청난 것도 엄청난 것이지만, 돈이 엄청난 만큼 그 심부름도 예사롭지 않을 것 같아
지레 놀라는 것 같았다 .
그러나 여인은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않으려는 눈치가 완연했다 .
도부꾼으로 닳아진 여자 다웠다 .
■용배
- 돈이 많아 겁이 날것이오마는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.
종으로 있는 여자 하나 빼오는 일이오.
(*어차피 이런 人들 상대하자면 반은 눈치 싸움이었다 .)
■... 나도 대충 도부꾼들 임방 법도를 알고 있소 .
그러길래 신발차를 500냥이나 드린다 하지 않소. 500냥이 뉘 애기 이름이오 ?
- 통째로 빼오기 정 어렵다면, 그집에가서 그 여자 보고 빼내서
어디로 오라더라는 ㅡ말만 전해줘도 돼요 . 신발차는 그 반을 드리겠소
■도부질로 돈버는 사람이 왜 그리 흥정이 답답하오.
아무리 돈이 흔해졌다고 하나, 250냥이 적은 돈이오 ?
그여자가 여기까지만 무사히 오면 잡힐 염려는 없으니 그런 것은 안심하시오.
■ 맞소. 유월례요.
일만 잘해보시오. 오는 정 가는 정이더라고 그돈으로 말지 않을거요 .
용배는 만득이가 호방에게 한 짓은 말하지 않았다 .
웬만큼 긔띔을 해주어야 미리 조심할 것 같았으나, 너무 조심을 해도 안될것 같고
또 지레 겁을 먹고 꽁무니 빼고 말지 몰라서 였다 .
■ 말씀을 전하든지 달리 계책이 생기거든 갈재로 오시오 .
제 꼭대기에 올라오셔서 수건을 남자들 처럼 목에 걸고 앉아 계시면
그것이 아주머니인지 알라고 하겠습니다.
■ 선금부터 드리리다. 이거 200냥이오. 나머지는 일이 성사된 다음에 드리겠소 .
서로 믿고 하자는 것이니 받아두시오 .
혹시 못쓰게 된 어음 하나 없소 ?
■만득이 어머니를 주어온 것이 아니라, 흉년에 길거리에 버려진 아이를
관가에서 주어다 그집에 맡겨 종을 삼게 했던 것이다 .
조선 왕조 중엽부터, 노비를 관장하는 장예원에서 3살 미만의 기아를
주어다가 원하는 사람에게 맡겨 그를 길러 종으로 삼도록 했던 것이다 .
사육신 같은 대역죄인의 가족을 노비로 만드는 것과 , 그 노비들이 자식을 낳아
자연 증가의 방법 밖에는 없었으나, 새로운 노비 재생산의 방법이 생긴것이다 .
... 그런데 만득이가 그의 어머니가 죽은 뒤에도 도망칠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은
그 어머니로 인한 어줍잖은 의리에 묶여서였다 .
어머니의 죽음 이후 도망치라는 소리를 하는이가 여렀이었으나,
그 은혜를 생각하면 만득이는 도망칠 수가 없었다 .
■ 토끼몰이
- 누가 짐을 지고 이 재를 올라오면 여기 재 꼭대기에서 쉬어가게 마련이고
그 짐은 저 건너편에다 받친다는 것이다. 그런 짐 가운데서 털만한 짐을 점찍으면,
미리 한사람은 저 건너편 숲속에 숨어 있고 , 두사람은 저 아래 숨어 있다가
그 사람들이 집을 받치고 쉬어 있으면 저 아래 숨어 있던 두사람이 갑자기 숨을 헐떡거리고 뛰어오며
금방 토끼가 이리 쫓겨와 저 바위 밑으로 숨었다며 우리들이 토끼를 길로 쫓아낼 테니 그쪽을 좀 막아달라는 것이다 .
그래놓고 잔뜩 벼르며 토끼모는 시늉을 하는 사이, 저 건너편에 숨어있던 놈이 짐을 하나 지고
저쪽으로 내뺀다는 것이다.
■이주호 → 조망태
- 으쩔란가. 소작 두어마지기 더 붙여볼 생각 없는가 ?
만득이란 놈이 나가고 나니께 우리가 다 짓기에 심에 부치고 서너자리 내놓을 생각일세.
조망태 : 이작자가 일이 마음대로 안될것 같으니, 소작으로 농간을 부리자는 것이구나 .
속이 환히 들여다 보였으나, 입맛이 당기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.
이주호 : 황토재 가기전에 서마지기 하고, 동네 앞 길가 두마지기 하고 한자리 더 내놓을 생각이네.
생각이 있으면 두자리 중 한자리를 고르시게
■동계때는 따져도 단단히 따져야 써.
- 개도 짖는 개를 돌아보고 나무도 가시 신나무를 조심하는 것이여 .
단단히 따져야 써 . 동네 사람들 앞에 나와서 양해 이야기를 할 일이제 두레 영좌가 자기집 머슴이간디
집에 버티고 앉아서 불러 들여다 양해를 해주라 마라 ? 안될것이여 .
인자 부텀은 그렇게 쉽게는 안되야 .
조망태 : 소작을 주겠다는 것은 자기 입을 막자는 것인디, 동네 사람들 앞에서 큰소리 쳤던 체면상
텁석 받을수도 없었고 , 그런다고 쉽게 내치기도 어려웠다 .
소작이 탐이 나기도 했지만, 자기한테 제일 먼저 말을 한다며 좋은 논으로 골라 잡으라고 까지
호의를 베푸는데, 그런 호의를 내친다는 것은 그만큼 적의를 보이는 것이 되기 때문이었다 .
그 사건을 따질 작정이기는 했지만, 우너수같이 적의를 보이자는 것은 아니었다 .
■ 으짠다기보담도 멋이냐 .. 저를 생각해 주시니께 감사하기는 하요마는
나도 농사가 웬만해 놓으니께 형편을 생각해봐야 쓰것구만이라 ...
■조망태는 결이 오르기도 했으나, 누런 벼가 주륵하게 고개 숙인 논이
눈앞에 아른 거려 , 안받겠다는 소리는 선뜻 나오지 않았다.
■ 이주호
- 자네가 나를 어뜨케 생각하는지 모르겄네 마는, 나는 우리동네에서 농사 짓는 것에
누구보담도 항상 자네를 제일로 치고 있네 .
논밭에 곡식이란 것이, 그것이 주인네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라는 것인디
소작을 내놓기는 내놔도, 농사 짓는 것을 본다치면 시언찮은 사람들이 한둘이 아녀.
논밭에서 알 내는 것 보면, 농사는 자네같이 지어야 써 .
논은 내논이다마는 논일이야 일을 해본 자네가 더 잘알것이니
생각이 있으면 언제든지 어려워말고 어떤 자리 하겠다고 자네가 찍으소.
■ 이주호는 엉뚱한 생색만 낼뿐, 농가 이야기는 입에도 짝하지 않았다 .
■ 이주호 집에서 소작을 낸다는 소문은 그날 中 동네에 쫙퍼지고 말았다 .
강쇠네가 완장을 차고 다녔던 것이다.
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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